국제통화기금(IMF)이 14일(현지시간) 발표한 세계경제전망(WEO) 업데이트는 복잡하게 얽힌 세계 경제의 현주소를 명확히 조명합니다. 당초 우려했던 것과는 달리, 미국이 세계 각국에 부과한 관세의 영향이 제한적이었다고 판단하면서 올해 세계 경제성장률 전망치를 소폭 상향 조정했습니다. IMF는 올해 세계 경제성장률을 지난 7월 전망보다 0.2%포인트 높은 3.2%로 예상했으며, 4월 2.8%, 7월 3.0%에 이어 세 번째 연속으로 상향 조정된 수치입니다. 이러한 변화는 미국이 여러 국가와 무역 협상을 타결하고 대부분 국가가 보복에 나서지 않아 교역 체계가 개방적으로 유지된 덕분으로 풀이됩니다. 그러나 IMF는 여전히 관세의 부정적 영향이 시간을 두고 나타날 수 있다는 점과, 인공지능(AI) 산업에 대한 과도한 낙관론이 '닷컴 붕괴'와 같은 충격을 줄 수 있다는 강력한 경고를 함께 내놓아 불확실성을 주지시키고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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관세 충격을 견딘 세계 경제의 불안한 상향 조정: IMF, 성장률 3.2% 상향과 AI 버블 붕괴 경고
무역 협상의 진전과 민간의 적응력: 성장률 상향의 배경
IMF가 당초 트럼프 행정부의 관세 발표 이후 2.8%까지 하향 조정했던 세계 경제성장률 전망치를 연달아 끌어올린 주된 이유는 무역 분쟁이 전면전으로 확대되지 않았기 때문입니다. 미국이 여러 국가와 무역 협상을 통해 실효 관세율을 대부분 10~20% 수준으로 낮추었고, 주요 교역국들이 미국의 관세에 대규모 보복을 하지 않아 글로벌 교역 체계가 붕괴되지 않고 유지된 것이 긍정적 요인으로 작용했습니다.
특히 IMF는 민간 부문의 높은 적응력을 성장률 유지의 주요 동력으로 꼽았습니다. 기업들이 관세 인상에 대비하여 수출을 미리 앞당겨 진행했고, 신속하게 공급망을 재조정하는 등 유연성을 보여주었다는 것입니다. 이러한 요인들이 단기적인 경기 침체를 방어하는 완충 역할을 수행하여 올해 세계 교역량 증가율 전망치도 3.6%로 1.0%포인트 대폭 상향되었습니다. 그러나 IMF는 이러한 긍정적 효과가 일시적일 수 있다며, 관세 인상에 대비한 선(先)수출 효과가 내년에는 사라질 것으로 예상하여 내년 교역량 증가율은 2.3%로 낮아질 것으로 전망했습니다.
주요국 및 한국 경제 전망: 소폭 상향의 흐름
주요 선진국의 성장률 전망도 대체로 소폭 상향되었습니다. 미국 경제는 올해 2.0% 성장이 예상되어 7월 전망치보다 0.1%포인트 높아졌습니다. 유로존은 아일랜드의 견고한 성장세에 힘입어 올해 1.2% 성장이 전망되어 0.2%포인트 증가했습니다. 일본의 성장률은 실질임금 성장률 회복이 민간 소비를 지탱할 것이라는 분석에 따라 올해 1.1%로 0.4%포인트 상향 조정되었습니다. 신흥국 중에서는 인도가 1분기의 탄탄한 성장세 덕분에 올해 6.6% 성장으로 0.2%포인트 상향되었습니다. 중국의 올해 성장률은 선수출과 확장적 재정 정책에 힘입어 4.8%로 기존 전망치를 유지했습니다.
대한민국 경제의 올해 예상 성장률은 지난 7월 전망보다 0.1%포인트 상향된 0.9%입니다. 아쉽게도 1%에 미치지 못하는 수치이지만, 하반기의 경제 활동이 소폭 회복세를 보일 것으로 예상된 결과입니다. 내년 성장률 전망은 1.8%로 7월의 예상치와 동일하게 유지되었습니다. 이는 한국 경제가 세계 교역의 불확실성 속에서 어느 정도 선방하고 있음을 보여주지만, 여전히 내수와 수출 모두에서 강력한 성장 모멘텀을 찾지 못하고 있다는 것을 반증합니다.
국가/지역 | 2025년 성장률 전망 (%) | 7월 대비 변화 (p) |
---|---|---|
세계 경제 | 3.2 | ▲ 0.2 |
미국 | 2.0 | ▲ 0.1 |
유로존 | 1.2 | ▲ 0.2 |
일본 | 1.1 | ▲ 0.4 |
한국 | 0.9 | ▲ 0.1 |
인도 | 6.6 | ▲ 0.2 |
중국 | 4.8 | - |
AI 버블의 위험과 장기적 하방 압력: 닷컴 붕괴의 데자뷔 경고
IMF는 성장률을 상향 조정하면서도 세계 경제에 드리워진 하방 위험이 훨씬 크다고 경고했습니다. 가장 큰 위험은 트럼프 행정부의 관세가 촉발한 무역 정책 불확실성의 장기화와 보호무역주의 조치의 확대입니다. IMF는 미국이 주요국과 체결한 무역 합의가 기존 합의를 약화시키는 데다, 합의의 세부 내용과 지속성이 불투명하여 불확실성을 근본적으로 해소하지 못하고 있다고 지적했습니다.
이러한 전통적 위험 요인에 더하여 IMF는 최근 전 세계적으로 폭발적인 관심을 받는 인공지능(AI) 산업에 대해 특별히 경고했습니다. 현재 AI 산업에 대한 성장 전망이 과도하게 낙관적이며, 만일 기대했던 AI발 생산성 향상이 실현되지 않고 자산 가치 조정이 이루어지면서 호황이 끝날 경우, 2000년에서 2001년 닷컴(인터넷 산업) 붕괴와 같은 엄청난 경제적 충격을 가져올 수 있다는 것입니다. 이 외에도 선진국의 반(反)이민 정책으로 인한 노동력 감소, 주요 선진국의 재정 취약성, 기후변화와 지정학적 갈등에 따른 원자재 가격 상승 등이 세계 경제의 성장을 위협하는 요인으로 지목되었습니다. 결론적으로 IMF는 단기적인 성장률 상향에도 불구하고, 세계 경제의 미래는 여전히 짙은 불확실성의 안개 속에 있다는 냉철한 분석을 제시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