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 "족적만으로 범인 단정 불가"... 20년 '영월 농민회 살인사건' 항소심 무죄 판결
20년의 세월을 지나 해결되는 듯했던 '영월 농민회 간사 피살사건'의 진실이 다시 미궁에 빠졌다. 1심에서 무기징역을 선고받았던 피고인이 항소심에서 무죄를 선고받고 석방되면서, 핵심 증거인 '족적 감정'의 신뢰성과 과학적 증명의 한계에 대한 논란이 다시금 불거지고 있다.
📖 목차
⚖️ '무기징역'에서 '무죄'로... 판결 뒤집은 항소심
2004년 발생한 '영월 농민회 간사 피살사건'의 범인으로 지목되어 1심에서 무기징역형을 선고받았던 60대 남성 A씨가 항소심에서 무죄를 선고받고 풀려났다. 사건 발생 20년 만에 해결되는 듯했던 미제 사건이 법원의 다른 판단으로 다시 원점으로 돌아간 것이다. 서울고법 춘천재판부 형사1부는 16일 진행된 선고 공판에서 원심 판결을 깨고 A씨에게 무죄를 선고했다.
🔍 족적 감정, 신뢰성 '불충분'
1심과 항소심의 판결이 극명하게 엇갈린 핵심 쟁점은 범행 현장에서 발견된 '피 묻은 족적'과 피고인의 샌들 간 일치 여부였다. 1심은 일치한다고 판단했으나, 항소심 재판부는 "일치한다고 보기 어렵다"는 결론을 내렸다. 재판부는 수사기관에서부터 항소심까지 총 5번 이뤄진 족적 감정 결과 중 3번은 '일치'라는 결과가 나왔지만, 2번은 '동일성을 인정할만한 개별적 특징점이 발견되지 않았다'는 결과가 나왔다는 점에 주목했다. 재판부는 "감정인의 숙련도나 감정 기간, 방법의 차이점을 고려해도 일관되게 동일한 결과가 도출되고 있다고 보긴 어렵다"고 지적하며, 족적 감정의 과학적 정확성과 오류 가능성에 대한 충분한 검증이 필요하다고 강조했다.
😭 피해자 유족의 절규, "국과수 존재 이유가 뭔가"
무죄 판결 소식에 A씨는 "사필귀정이라고 얘기하고 싶다. 수사기관이 나를 추리소설 속 살인자로 만들었다"며 억울함을 토로했다. 반면, 숨진 피해자의 동생은 "전혀 이해할 수 없는 판결"이라며 "국과수 감정 내용이 제일 정확한 데도 인정해주지 않는다면, 국과수 존재 이유가 뭐가 있겠느냐"고 참담한 심경을 밝혔다. 이들의 엇갈린 반응은 이번 판결이 단순한 사건을 넘어, 과학수사의 신뢰성과 사법 정의에 대한 근본적인 질문을 던지고 있음을 보여준다.
🕵️♂️ 20년 만의 재수사, 그리고 치정 살인 의혹
이 사건은 2004년 8월 9일, 영월읍 농민회 사무실에서 당시 41세였던 간사 B씨가 흉기에 수십 차례 찔려 사망한 사건이다. 20년간 미제 사건으로 남아있던 이 사건은 강원경찰청 미제사건 전담수사팀의 끈질긴 재수사 끝에 A씨가 용의자로 지목되며 전환점을 맞았다. 경찰은 B씨 피살 장소에서 발견된 피 묻은 샌들 족적과 A씨의 샌들 족적이 99.9% 일치한다는 국과수 감정 결과를 토대로 수사를 진행했다. 이와 함께 A씨가 당시 교제 중이던 여성이 피해자 B씨를 좋아한다는 말에 치정 살인을 저질렀다는 정황을 포착했다.
❓ 결론: 다시 시작된 미제 사건, 과학수사의 한계인가
이번 항소심 무죄 판결로 '영월 농민회 간사 피살사건'은 다시 미제 사건이 될 가능성이 높아졌다. 법원이 족적 감정의 증명력을 제한적으로 평가하면서 "지문이나 DNA 등 다른 보강자료가 없으면 유죄를 인정하기 어렵다"는 입장을 분명히 했기 때문이다. 이는 장기 미제 사건 수사에 있어 과학수사의 한계를 명확히 보여주는 사례다. 과연 이 사건의 진짜 범인은 누구이며, 20년의 시간을 넘어 진실이 밝혀질 수 있을지, 국민의 관심이 집중되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