티스토리 뷰
목차

"부딪히지 않았어도 뺑소니?"… 비접촉 사고 후 구호 조치 미흡 시 벌금형 판결
[사례 요약]
울산지법은 차량과 직접적인 충돌이 없었음에도, 급정거하는 차량에 놀라 넘어진 킥보드 운전자를 두고 떠난 운전자 A씨에게 도주치상(뺑소니) 혐의로 벌금 300만 원을 선고했습니다. 운전자는 현장에서 일부 조치를 취했으나, 피해자의 상태를 자의적으로 판단하여 이탈한 점이 유죄의 핵심 근거가 되었습니다.
교통사고에서 흔히 발생하는 오해 중 하나는 '직접적인 충격'이 없으면 사고 책임이 없다고 생각하는 것입니다. 그러나 법원은 차량의 운행과 피해자의 부상 사이에 인과관계가 인정된다면 비접촉 사고 역시 엄연한 교통사고로 간주합니다. 최근 울산에서 발생한 판결은 운전자가 사고 후 지켜야 할 구호 의무의 범위가 어디까지인지를 명확히 보여주는 사례로 주목받고 있습니다.
1. 비접촉 사고의 발생: 과속과 신호위반이 부른 화근
사고의 발단은 운전자 A씨의 교통법규 미준수에서 시작되었습니다. A씨는 제한속도를 초과하여 주행하던 중, 적색신호임에도 불구하고 횡단보도 앞에서 일시 정지를 하지 않은 채 우회전을 시도했습니다. 이때 킥보드를 타고 길을 건너던 B씨를 뒤늦게 발견하고 급제동했으며, 실제 충돌은 없었으나 이에 놀란 B씨가 중심을 잃고 넘어지면서 얼굴과 늑골에 상처를 입게 되었습니다.
2. 운전자의 자의적 판단: 구호 조치의 불충분성
사고 직후 A씨는 차에서 내려 B씨의 상태를 살피고 물티슈로 얼굴을 닦아주는 등의 행동을 취했습니다. 그러나 법원은 이 정도의 조치만으로는 충분한 구호 의무를 다했다고 보지 않았습니다. 피해자가 병원 이송이나 정밀 치료가 필요 없다는 의사를 명확하고 적극적으로 표현하지 않았음에도 불구하고, 운전자가 육안으로만 판단하여 현장을 이탈한 것은 도주의사가 있는 것으로 간주된 것입니다.
3. 법원의 판단 근거: 도주치상 혐의의 유죄 성립
재판 과정에서 A씨는 피해자가 스스로 넘어졌다고 주장했으나, 재판부는 이를 받아들이지 않았습니다. 사고의 결정적 원인이 A씨의 과속 및 정지신호 위반에 있으며, 피해자가 입은 전치 4주의 늑골 골절 등의 상해는 차량의 위협적인 주행과 직접적인 관련이 있다고 보았습니다. 특히 사고를 유발한 운전자가 피해자의 인적 사항을 남기지 않고 떠난 점은 특정범죄 가중처벌법 위반에 해당한다고 명시했습니다.
4. 양형의 이유: 가해자의 태도와 피해자의 책임
법원은 A씨가 재판 과정에서도 본인의 잘못을 온전히 인정하지 않는 태도를 보인 점을 지적하며 죄책이 가볍지 않다고 판단했습니다. 다만, 피해자 B씨 역시 킥보드를 타고 횡단보도를 건너는 등 사고 발생에 상당한 책임이 있는 점, 향후 보험을 통해 피해 보상이 이루어질 것으로 보이는 점 등을 참작하여 벌금 300만 원을 선고했습니다.
5. 운전자가 반드시 기억해야 할 법적 교훈
이번 사례는 모든 운전자에게 중요한 경각심을 일깨워줍니다. 비접촉 사고라 할지라도 사고의 원인을 제공했다면 반드시 차량에서 내려 피해 상태를 확인하고, 본인의 연락처 전달이나 119 신고 등 필요한 조치를 다해야 합니다. 특히 상대방이 "괜찮다"고 말하더라도, 어린이나 노약자처럼 판단력이 완벽하지 않은 경우에는 더욱 주의 깊은 구호가 수반되어야 뺑소니 혐의라는 무거운 법적 책임을 피할 수 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