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역사 왜곡의 해법인가, 입시 중심의 미봉책인가: 중학교 근현대사 비중 상향 논란과 국교위의 선택
최근 서울 배재고 야구부의 '5·18 민주화운동 폄훼 및 스타벅스 응원 파문'을 계기로 청소년층의 역사 왜곡과 혐오 문화의 심각성이 대두되었습니다. 교육계에서는 중학교 역사 교육과정이 전근대사 위주로 편중되어 정작 중요한 근현대사와 민주화 과정의 이해도가 떨어진다는 지적이 나옵니다. 실제 중학교 역사 교과서 7종 분석 결과, 근현대사 비율은 평균 17.2%에 불과했으며 가장 많이 쓰이는 교과서의 '5·18 관련 서술'은 단 두 문장에 그쳤습니다. 이에 교육부는 중학교 근현대사 교육 비중을 30%로 상향하는 안을 요청했고, 국가교육위원회(국교위)는 오는 16일 전체회의에서 이를 심의·의결할 예정이나 위원 간 찬반 의견이 팽팽히 대립하고 있습니다.

1. 수면 위로 드러난 역사 혐오놀이: 배재고 야구부 파문이 교육계에 던진 충격
최근 고교 스포츠 현장에서 발생한 유감스러운 사건 하나가 대한민국 역사 교육 전체를 뒤흔드는 거대한 담론의 도화선이 되었다. 서울 배재고등학교 야구부가 광주제일고등학교와의 경기 도중 5·18 민주화운동을 조롱하고 폄훼하는 취지의 '스타벅스 응원 구호'를 외쳐 대한야구소프트볼협회로부터 6개월 출전정지라는 중징계를 받은 사건이다. 배재고 측은 이에 반발해 재심을 신청하겠다는 입장을 밝히며 법적·행정적 공방을 예고했으나, 이와 별개로 대중이 체감한 충격과 교육계가 직면한 위기의식은 상상 이상으로 깊다.
이번 사태는 단순한 청소년들의 철없는 일탈이나 스포츠맨십의 부재로만 치부할 수 없다. 인터넷 커뮤니티와 소셜미디어를 중심으로 무분별하게 소비되던 역사 왜곡 및 혐오 문화가 공고한 교육의 울타리를 뚫고 현실 공간으로 투영된 상징적 단면이기 때문이다. 교육계 일각에서는 청소년들이 대한민국의 뼈아픈 현대사와 민주화의 가치를 장난스러운 놀이나 비하의 대상으로 삼는 심각한 인지 부조화의 이면에, 우리 공교육의 역사 교육과정이 심각한 구조적 결함을 안고 있다는 뼈아픈 자성론을 제기하기 시작했다.
2. '두 문장'으로 끝나는 민주화 역사: 숫자로 증명된 중학교 교과서의 파편화된 현실
청소년들이 근현대사에 대한 깊이 있는 통찰력을 갖추지 못하는 원인을 추적하기 위해 현행 중학교 역사 교과서(역사2) 7종을 세밀히 분석한 결과는 다소 충격적이다. 일선 학교에서 가르치는 한국사 단원 중 근현대사가 차지하는 분량은 평균 17.2%에 불과한 것으로 드러났다. 교과서의 절대다수가 삼국시대, 고려, 조선 등 전근대사의 왕조 변천사를 기술하는 데 지면을 할애하고 있으며, 오늘날 대한민국 헌법의 기초가 된 근대화와 현대의 역사는 철저히 소외되어 있었다.
특히 전국 중학교에서 가장 높은 채택률을 기록하고 있는 미래엔 출판사의 교과서를 살펴보면 왜곡의 골이 얼마나 깊은지 여실히 알 수 있다. 이 교과서의 근현대사 비율은 전체의 12.7%(28페이지)에 머물렀으며, 표지나 탐구 활동을 제외하면 실제 학생들이 활자로 읽는 본문은 단 16페이지에 불과했다. 더 나아가 학생들이 가장 쉽게 오염되고 혐오의 수단으로 삼는 '민주화 과정'의 평균 분량은 7개 교과서 평균 4.8%에 그쳤다. 미래엔 교과서의 경우 단 6페이지였으며, 배재고 사태의 중심에 있는 '5·18 민주화운동'에 대한 서술은 고작 두 문장으로 이루어진 단 하나의 문단이 전부였다. 학생들이 교과서를 통해 민주주의의 가치와 숭고한 희생을 온전히 이해하는 것 자체가 원천적으로 불가능한 구조였던 셈이다.
3. 3학년 2학기의 학사 파행: 고교 입시 일정에 밀려 증발해버린 근현대사 수업
교과서 분량의 절대적 부족과 더불어, 현장 교사들이 겪는 학사 일정의 한계 역시 근현대사 교육 부실을 부추기는 결정적 원인으로 지목된다. 교육부의 분석과 현장 목소리에 따르면, 현재 중학교 교육과정 구조상 한국사의 마지막 단원인 근현대사는 필연적으로 중학교 3학년 2학기 말에 배치될 수밖에 없다. 그러나 이 시기는 일선 학교 현장에서 정상적인 교과 수업이 거의 불가능한 '학사 운영의 사각지대'이다.
중학교 3학년 2학기는 고등학교 입시 전형이 본격화되고 기말고사가 조기에 마감되면서 분위기가 어수선해지기 일쑤다. 많은 학교가 단축 수업을 하거나 영화 시청, 외부 활동 등으로 잔여 수업 시간을 때우는 파행 운영을 반복하고 있다. 결국 가장 치열하게 토론하고 올바른 가치관을 정립해야 할 일제강점기, 6·25 전쟁, 독재와 민주화운동 등의 중차대한 현대사 단원은 교과서의 몇 장을 날림으로 넘기거나 아예 진도를 나가지 못한 채 졸업하는 사태가 매년 되풀이되고 있다. 중학교에서 이를 놓친 학생들은 고등학교에 진학해서도 오직 대학 입시와 수능 점수 획득을 위한 단기 암기식 역사 공부에만 매몰되어, 역사적 사건의 맥락을 입체적으로 이해할 기회를 완전히 상실하게 된다.
4. 20%에서 30%로의 대수술: 교육부의 상향 요청안과 안갯속 국교위의 대치
이 같은 교육 현장의 파행과 청소년 역사 인식 왜곡에 대한 비판 여론이 고조되자, 정부는 부랴부랴 제도적 정비에 나섰다. 교육부는 중학교 역사 교과서 내 근현대사의 비중을 기존 20% 수준에서 최소 30% 이상으로 대폭 상향하는 내용을 골자로 한 '교육과정 개정 요청안'을 확정하여 국가교육위원회(국교위)에 제출했다. 이는 정부가 추진해 온 '학교 역사교육 활성화 방안'의 핵심 대책으로, 중학교 단계에서부터 근현대사를 충실히 학습할 수 있는 지면과 시간을 제도적으로 보장하겠다는 취지다.
이제 공은 국가 교육정책의 최고 의결기구인 국교위로 넘어왔다. 국교위는 지난달 11일 본 회의를 열어 해당 안건을 심의했으나, 위원들 간의 정치적·교육적 견해 차이가 워낙 첨예하여 결론을 내리지 못하고 한 차례 보류했다. 국교위는 오는 16일 전체회의에 이 상향안을 다시 상정해 최종 의결을 시도할 예정이지만, 가결 여부는 여전히 짙은 안갯속이다. 교육계 관계자의 전언에 따르면 의결권을 쥔 상임위원과 비상임위원들의 진보·보수 성향에 따라 의견이 팽팽하게 맞서고 있어, 만약 합의 도출에 실패할 경우 만장일치가 아닌 치열한 찬반 투표를 통한 강행 처리 가능성까지 점쳐지는 긴박한 상황이다.
5. 교과서 개정을 넘어선 과제: 이념 대립을 극복하고 균형 잡힌 시민을 기르는 길
중학교 역사 교과서의 근현대사 비중 상향을 둘러싼 국교위 내부의 갈등은 우리 사회가 가진 해묵은 '역사 전쟁'의 연장선상에 있다. 근현대사 비중 확대를 찬성하는 측은 청소년들이 현재 직면한 민주주의 체제의 역사적 뿌리를 정확히 배우고 혐오 문화를 타파하기 위해 분량 확대가 시급하다고 주장한다. 반면 반대하거나 신중론을 펼치는 측은 근현대사 분량이 늘어날 경우 자칫 편향된 이념 교육이나 정쟁의 소재가 교실 안으로 유입될 수 있으며, 우리 역사의 근간이 되는 전근대사 교육이 소홀해질 수 있다는 우려를 제기한다.
그러나 분명한 것은 단순히 교과서의 페이지 수를 몇 장 늘리는 미봉책만으로는 청소년들의 일탈적인 역사 왜곡 놀이를 근본적으로 치료할 수 없다는 점이다. 역사 교육의 목적은 과거 사건의 단순한 연도 암기가 아니라, 과거를 거울삼아 오늘날의 사회적 현상을 비판적으로 바라보고 타인을 존중하는 민주 시민의 자질을 함양하는 데 있다. 따라서 국교위는 이념적 이해관계를 떠나 학생들이 학사 파행 없이 근현대사를 충실히 배울 수 있는 구조적 대안을 마련해야 하며, 출판사들은 단 몇 줄의 빈약한 기술에서 벗어나 민주화 운동의 역사적 사실과 가치를 균형 있고 입체적으로 서술하는 질적 개선을 동시에 이뤄내야 할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