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보이지 않는 공포, 방사선 피폭: 부산 A병원 가속기 가동 사고와 안전 불감증
원자력안전위원회는 9일 오후 부산 기장군 A병원으로부터 가속기 가동 중 외부 인력이 내부에서 피폭되는 사고가 발생했음을 보고받고 긴급 조사에 착수했다. 사고는 오전 8시 36분경 소방업체 직원이 가속기실 내부에서 작업 중임에도 불구하고 다른 직원이 이를 인지하지 못한 채 가속기를 가동하면서 발생했다. 피해자가 문을 열고 탈출하는 과정에서 인터락이 작동해 조사가 중단되기까지 약 11분간 방사선 조사가 이루어진 것으로 추정된다. 원안위는 KINS를 통해 정확한 피폭량과 위반 사항을 조사할 예정이다.
1. 11분간의 공포: 가속기실 내 고립과 가동 사고
지난 9일 오전, 부산 기장군에 위치한 A병원 가속기실에서 상상조차 하기 싫은 사고가 발생했다. 현장 점검을 위해 가속기실 내부에 체류 중이던 소방업체 직원의 존재를 조종실 직원이 확인하지 않은 채 장비를 가동한 것이다. 방사선 조사가 시작된 오전 8시 36분부터 피해자가 문을 열어 인터락(Interlock, 자동 차단 장치)을 작동시키기까지 약 11분간 방사선이 가속기실 내부를 뒤덮었다. 의료용 가속기는 암 치료 등을 위해 강력한 방사선을 발생시키는 장비로, 사람이 있는 상태에서 가동되는 것은 극히 이례적이며 치명적인 사고로 이어질 수 있는 사안이다.
2. 무너진 인적 오류 방지 시스템: 소통 부재가 부른 인재
이번 사건은 명백한 인적 오류(Human Error)에 의한 인재로 분석된다. 방사선 발생 장치를 가동하기 전에는 내부 작업자의 잔류 여부를 다각도로 확인하는 엄격한 교차 점검(Cross-check) 절차가 필수적이다. 그러나 현장 보고에 따르면 가속기 조종 직원은 소방업체 직원의 위치를 전혀 인지하지 못했다. 이는 시설 내 통제와 작업 협의가 얼마나 허술하게 이루어졌는지를 단적으로 보여준다. 방사선 안전 관리자의 입회 여부와 가동 전 경고 방송 등의 기본 수칙이 현장에서 제대로 지켜졌는지에 대한 강력한 비판이 제기되는 지점이다.
3. 최후의 보루 인터락: 시스템이 막은 더 큰 비극
그나마 더 큰 참사를 막을 수 있었던 것은 장비의 안전 설계 중 하나인 인터락 시스템 덕분이었다. 피해자가 공포 속에서 외부로 나가기 위해 문을 연 순간, 시스템은 이상 상황을 감지하고 즉각 방사선 조사를 중단시켰다. 만약 문을 열지 못했거나 장비에 자동 차단 기능이 없었다면 11분을 넘어선 장시간의 피폭으로 이어져 돌이킬 수 없는 피해가 발생했을 것이다. 이번 사고는 기계적 안전장치의 중요성을 일깨워주는 동시에, 기계에만 의존하기보다 운영 매뉴얼의 철저한 준수가 병행되어야 함을 시사한다.
4. 원안위와 KINS의 긴급 수색: 법령 위반 여부 조사
원자력안전위원회는 보고 접수 즉시 한국원자력안전기술원(KINS)의 전문가들을 현장으로 급파했다. 조사의 핵심은 피폭자가 입은 정확한 방사선 흡수선량을 평가하는 것과 사고 전후의 안전 절차 미준수 사항을 찾아내는 것이다. 현장 조사와 피폭자 면담, 조종실 로그 기록 분석 등을 통해 사건의 상세 경위가 밝혀질 예정이다. 만약 병원 측이 원자력안전법상 규정된 안전 관리 의무를 소홀히 한 사실이 드러날 경우, 과징금 부과나 사업 정지 등 강력한 행정처분을 피하기 어려울 것으로 보인다.
5. 의료 방사선 안전의 재정립: 신뢰 회복을 위한 과제
환자의 생명을 구하는 병원에서 발생한 이번 피폭 사고는 해당 병원을 이용하는 환자뿐만 아니라 관련 시설 종사자들에게 큰 불안감을 안겨주었다. 재발 방지를 위해서는 모든 방사선 이용 시설에 대한 특별 안전 점검이 선행되어야 한다. 특히 외부 용역 업체 직원이 출입할 경우의 출입 통제 시스템을 강화하고, 장비 가동 시 내부에 사람이 감지되면 자동으로 작동을 멈추는 센서 도입 등 기술적 보완도 검토되어야 한다. 안전은 1%의 실수도 용납하지 않는다는 마음가짐만이 우리 사회의 원자력 안전 신뢰를 지켜낼 수 있는 유일한 길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