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 법의 절차, 정치의 심판대에 서다: 이재명 대통령 사건 대법원 전원합의체 회부 논란의 이해와 대법원의 반론
법은 사회의 질서와 정의를 수호하는 최후의 보루이다. 그리고 그 최고의 권위를 가진 곳이 바로 대법원이다. 그러나 고도의 정치적 논란에 휩싸인 사건일수록 법의 엄숙한 절차는 정치의 소용돌이 속에서 쉽게 오해받고 왜곡될 수 있다. 최근 더불어민주당이 이재명 대통령 사건에 대한 대법원 전원합의체(전합) 회부 과정을 두고 조희대 대법원장의 '대선 개입' 의혹을 제기하면서, 법조계와 정치권 모두가 격렬한 논쟁의 중심에 섰다. 이에 대법원을 대표하여 천대엽 법원행정처장이 직접 반박에 나서며, 법의 절차가 어떻게 정치의 언어로 해석될 수 있는지, 그리고 그에 대한 사법부의 입장은 무엇인지를 명확히 밝히고자 했다.
📖 목차
🗣️ 정치의 공세: '대선 개입' 의혹의 시작
이번 논란은 국회 법제사법위원회 전체 회의에서 더불어민주당 의원들의 주장으로 촉발되었다. 이들은 이재명 대통령 사건이 당초 대법원 소부(3인 또는 4인 대법관 구성)에 배당되었으나 조희대 대법원장이 이를 전원합의체(13인 대법관 전원 구성)에 직접 회부함으로써 재판에 부당하게 개입했다는 의혹을 제기했다. 민주당은 전원합의체 판결의 결과(파기환송)가 대통령에게 유리하게 작용했다는 점을 들어 이러한 절차적 결정이 향후 대선 결과에 영향을 주기 위한 정치적 의도가 있었을 수 있다는 주장을 펼쳤다. 이처럼 사건의 실체적인 판단보다는 그 과정을 정치적 목적에 맞추어 해석하려는 시도는 법의 권위를 위협하는 중대한 공격으로 비춰질 수 밖에 없다.
📢 대법원의 항변: 전원합의체 회부 절차에 대한 상세 설명
민주당의 공세에 대해 천대엽 법원행정처장은 대법원의 공식 입장을 명확히 밝혔다. 그의 설명에 따르면, 대법원에 접수되는 모든 상고 사건은 원칙적으로 전원합의체 심리를 거치는 것이 대법원 운영의 기본 원칙이다. 다만, 사건의 신속한 처리를 위한 편의상의 이유로 소부에 사건을 넘길 수 있을 뿐이라고 했다. 이재명 대통령 사건의 경우, 사건이 접수된 직후부터 이미 모든 대법관이 기록을 검토하기 시작했다는 것이다. 천 처장은 이후 진행된 소부 배당 절차에 대해 "전원합의체라 하더라도 주심은 정해져야 하기 때문에 무작위 전산 배당에 따라 특정 대법관이 주심으로 결정되고, 주심이 결정되면 자동으로 해당 소부에 배당된 것처럼 지정될 뿐"이라고 설명했다. 즉, 소부에 잠시 지정된 것은 단순한 절차상의 형식이었으며, 실제로는 사건 접수 시점부터 전원합의체 논의를 전제하고 있었다는 것이다.
💻 사법 시스템의 논리: 전산 배당 시스템과 '전관예우' 방지
천 처장의 설명에서 주목할 만한 부분은 대법원의 전산 배당 시스템에 대한 설명이다. 그는 상고이유서와 답변서 등 모든 서면이 제출된 후에야 주심 대법관이 정해지는 시스템이 구축된 배경을 설명했다. 이 시스템의 목표는 특정 대법관에게 사건이 미리 배당되어 이른바 '전관예우'(퇴직한 고위직 법조인이 후배에게 받는 부정적인 관행)가 발생할 가능성을 원천적으로 차단하기 위함이다. 따라서 소부에 배당된 것처럼 보이는 절차는 단순히 이러한 전산 시스템의 기술적 운영 방식이었으며, 특정 대법관의 의지가 개입된 정치적 행위가 아니었다는 것이 대법원 측의 논리이다. 이 설명은 정치적 공격에 대한 기술적 방어이자, 동시에 사법부 자체의 공정성을 지키기 위한 고민의 산물임을 보여준다.
🏛️ 국회 청문회 추진 논란: 재판 독립성 침해 여부
이번 논란은 단순히 사건 절차의 정당성 논쟁에 국한되지 않는다. 민주당은 이러한 의혹을 해소하기 위해 오는 30일 전원합의체 판결과 관련된 청문회 개최를 추진하고 있다. 이에 대해 천 처장은 명확한 반대 입장을 표명했다. 그는 '재판 진행 중인 사건에 대해선 국회가 조사할 수 없다'는 국정감사 및 조사에 관한 법률(국감국조법)을 근거로 들었다. 이는 사법부의 가장 중요한 가치인 '재판 독립성'을 지키겠다는 의지의 표현이다. 국회가 사건의 절차와 판결 내용을 직접 심판하려는 행위는, 삼권분립의 원칙에 어긋나 향후 정치적 압력에 의해 사법부의 판단이 좌우될 수 있는 위험한 선례를 남길 수 있기 때문이다.
✅ 결론: 사법 부의 신뢰와 정치적 공격의 균형
이번 논란은 대법원 판결에 대한 국민의 신뢰가 얼마나 중요한지를 다시 한번 일깨워준다. 정치적 진영의 입장에 따라 동일한 법적 절차가 상이하게 해석되는 현실은 우리 사회의 깊은 분열상을 보여준다. 대법원은 이번 사건의 전원합의체 회부가 조희대 대법원장의 단독 결정이 아닌, 대법관 전원의 숙고와 법적 원칙에 따라 이루어진 절차였음을 강조했다. 나아가 국회의 청문회 추진에 대해서도 사법부의 독립성을 훼손하는 행위라며 강력한 경고의 메시지를 보냈다. 법과 정치의 분리라는 민주주의의 기본 원칙을 지키기 위해서는, 사법부는 흔들리지 않는 절차적 정당성을 갖추고 정치권은 사법부의 판단에 대한 존중과 자제를 보여야 할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