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계 최빈국 중 하나이자 생태적 다양성의 보고인 마다가스카르가 격랑의 정치적 혼돈 속으로 빠져들었습니다. 지난달 25일 수도 안타나나리보에서 시작된 Z세대(1990년대 중후반∼2000년대 초반생) 주도의 시위가 불과 19일 만에 안드리 라조엘리나 대통령을 축출하는 사태로 비화되었습니다. 빈번한 단수와 정전에 항의하며 시작된 청년층의 불만은 전국적인 반정부 시위로 격화되었고, 결국 군부의 가세와 의회의 탄핵 의결을 통해 정권 붕괴를 맞이했습니다. 이는 네팔에 이어 최근 전 세계에서 Z세대 시위가 정부를 무너뜨린 두 번째 사례로 기록될 전망입니다. 14일(현지시간) 마다가스카르 의회는 행방이 묘연해진 라조엘리나 대통령의 의회 해산령을 거부하고 탄핵을 의결했으며, 직후 군부는 정권 장악을 선언하며 군정 수립을 발표하였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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빈곤과 불만의 화산: 마다가스카르, Z세대 시위로 19일 만에 대통령 축출과 군정 수립
Z세대 시위의 폭발: 단수와 정전에서 사임 촉구로 비화
마다가스카르의 이번 사태는 구조적 빈곤과 만연한 생활 불편이 청년층의 분노를 자극하며 시작되었습니다. 세계은행 자료에 따르면 2022년 기준 마다가스카르 인구의 약 75%가 빈곤선 이하로 생활하고 있습니다. 이러한 배경 속에서 지난달 25일 시작된 시위는 수도를 비롯한 주요 도시에서 청년층을 중심으로 일상의 기본을 저해하는 잦은 단수와 정전에 항의하는 움직임이었습니다. 라조엘리나 대통령은 시위 발발 직후인 지난달 29일 내각 전체를 해임하며 수습에 나섰으나, 청년층의 불만은 가라앉지 않았습니다.
대통령의 미흡한 대응은 시위의 성격을 근본적으로 변화시켰습니다. 단순한 생활 불편 항의를 넘어 대통령의 사임을 촉구하는 전국적 반정부 시위로 격화된 것입니다. Z세대는 정보 접근성과 결집력을 바탕으로 기성세대가 만들어낸 정치적 불안정과 빈곤에 대한 불만을 여과 없이 표출했습니다. 이들의 목소리는 정부의 정통성을 근간부터 흔들기 시작했습니다.
마다가스카르 정국 급변 타임라인
- 지난달 25일: Z세대 주도로 단수·정전 항의 시위 시작.
- 지난달 29일: 라조엘리나 대통령, 내각 전체 해임.
- 10월 11일: 엘리트 군조직 캡사트 부대, "발포 명령 거부" 선언하며 시위대 합류.
- 10월 12일: 라조엘리나 대통령, 불법 쿠데타 주장. 캡사트, 쿠데타 부인하며 군부 장악 선언.
- 10월 13일: 대통령, 행방 묘연 속 사임 거부 연설.
- 10월 14일: 의회, 대통령 탄핵 의결 (찬성 130표). 군부(캡사트 대령), 정권 장악 및 의회 제외 국가기관 해산 선언.
엘리트 군부의 등 돌림: 대통령 축출을 결정지은 캡사트의 선언
라조엘리나 대통령에게 가장 치명적인 일격은 군부의 이탈이었습니다. 지난 11일, 육군 행정·기술 장교로 구성된 엘리트 군조직인 캡사트(CAPSAT) 부대가 "발포 명령을 거부하겠다"고 선언하며 시위대에 합류했습니다. 이는 군경의 대규모 시위대 진압을 불가능하게 만든 결정적 사건이었습니다. 캡사트 부대의 마이클 랜드리아니리나 대령은 이후 국영 라디오를 통해 "우리가 권력을 잡았다"고 선언하며 군정 수립을 공식화했습니다. 캡사트에 이어 헌병대와 경찰마저 시위대 합류를 선언하면서 라조엘리나 정권은 사실상 붕괴되었습니다.
아이러니하게도 캡사트 부대는 2009년 당시 라조엘리나가 반정부 시위를 주도하여 정권 교체를 이루는 데 결정적인 도움을 주었던 조직이었습니다. 10년이 훌쩍 넘은 시점에 자신의 정권을 무너뜨린 주역이 되었던 것입니다. 라조엘리나 대통령은 이러한 상황 속에서 지난 13일 페이스북 연설을 통해 "생명을 지키기 위해 안전한 곳으로 피신했다"고 밝히고 사임을 거부했으나, 이후 그의 행방은 묘연해졌습니다. 일부 외신은 대통령이 프랑스 군용기를 타고 외국으로 도피했다고 보도하며 정권의 붕괴를 뒷받침했습니다.
의회의 탄핵 의결: 직무 포기 인정과 정치적 단절 선언
라조엘리나 대통령이 헌법에 따라 위기를 해결하겠다며 최후의 저항으로 의회 해산령을 내렸음에도 불구하고, 마다가스카르 의회는 이를 거부하고 독자적인 결단을 내렸습니다. 의회는 대통령이 직무를 포기했다고 간주하고, 전체 163석 가운데 130표의 찬성으로 탄핵을 의결했습니다. 이는 재적 의원 3분의 2라는 탄핵 의결 정족수를 훨씬 초과하는 수치로, 의회 내에서도 대통령에 대한 지지 기반이 완전히 무너졌음을 방증합니다.
의회의 탄핵 의결 직후 캡사트 부대의 마이클 랜드리아니리나 대령은 정권 장악을 선언하며, 놀랍게도 탄핵을 의결한 의회를 제외한 모든 국가기관의 해산을 명령했습니다. 이는 기존 정치 체제와의 완전한 단절을 의미하며, 당분간 마다가스카르의 정국이 군부를 중심으로 매우 혼란스럽게 이어질 것임을 예고하는 대목입니다. 대통령의 탄핵과 군정 수립이라는 극적인 변화는 마다가스카르가 독립 이후 만성적인 정치 불안정을 겪고 있음을 다시 한번 확인시켜 줍니다.
빈곤과 정치 불안의 악순환: 라조엘리나의 복귀와 퇴장의 역설
이번 사태의 주인공인 안드리 라조엘리나 대통령의 정치 경력은 마다가스카르의 정치사가 반복적인 불안정에 시달리고 있음을 보여줍니다. 라조엘리나는 2009년 당시 반정부 시위를 주도하여 마르크 라발로마나나 대통령을 퇴진시키고 과도 정부 수반으로 취임했던 인물입니다. 이후 2013년 대선에 불출마했으나 2018년 대통령에 당선되어 정계에 복귀했고, 2023년 재선까지 성공하며 자신의 정치력을 과시했습니다. 그러나 2009년 정권 교체를 도왔던 캡사트 부대마저 등을 돌리면서 재선 임기를 채 2년도 채우지 못하고 물러나게 된 것은 정치적 역설을 극명하게 보여줍니다.
마다가스카르는 풍부한 생태학적 다양성과 세계 최대 바닐라 생산국으로 유명하지만, 1960년 프랑스에서 독립한 이후 정치 불안정과 경제적 빈곤의 악순환에서 벗어나지 못하고 있습니다. 인구의 대부분이 극심한 빈곤에 시달리는 현실이 청년층의 분노를 폭발시켰고, 결국 정권 붕괴라는 결과로 이어졌습니다. 이는 개발도상국에서 만성적인 빈곤이 정치 시스템의 취약성과 결합할 경우 얼마나 파괴적인 결과를 초래할 수 있는지를 보여주는 사례입니다. 마다가스카르의 정국 혼돈은 당분간 지속될 것으로 전망되며, 국제사회의 주목을 요구하고 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