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법무부 장관의 책무, 내란 가담의 그림자: 박성재 전 장관 특검 소환 조사 논란의 해부
내란이라는 단어는 그 자체로 국가의 근간을 뒤흔드는 가장 무거운 범죄를 의미한다. 지난 12월 3일 비상계엄 선포 사태에 대한 조은석 특별검사팀의 수사는, 이러한 내란의 엄중한 잣대를 전직 법무부 장관에게까지 들이밀며 전례 없는 정치적 격랑을 불러일으키고 있다. 박성재 전 법무부 장관은 '내란 중요임무 종사' 혐의 피의자 신분으로 13시간에 걸친 강도 높은 조사를 받았다. 이 사건의 핵심은 단순한 진실 규명을 넘어서, 국가적 위기 상황에서 고위 공직자가 취해야 할 행동의 정당성을 두고 벌이는 치열한 법적 공방에 있다. 과연 그의 행위는 위법한 정권에 동조한 내란의 일부였는가, 아니면 혼란한 국면에서 법무부 수장으로서 당연히 수행했어야 할 '통상적인 업무'였는가.
📖 목차
🔪 정치의 칼날, 법무부 수장을 향하다: 사건의 개요
조은석 내란 특별검사팀은 지난 24일 오전 10시부터 오후 10시 51분까지 박성재 전 법무부 장관을 내란 중요임무 종사 혐의로 소환해 피의자 신분 조사를 진행했다. 박 전 장관은 이날 취재진을 피해 비공개 경로로 청사 내부에 진입하며 긴장감을 더했다. 조사를 마친 뒤 그는 "통상적인 업무 수행에 대해 다른 평가를 한 것"이라며 혐의 전반을 부인했다. 또한 특별검사법의 위헌성을 지속해서 주장하며 정치적 수사에 대한 강한 불만을 표출했다. 이 사건은 단순한 개인 비리를 넘어서 지난해 발생한 비상계엄 선포 사태의 배후와 공모 관계를 밝히는 특검 수사의 정점이자, 한 개인의 행위가 역사적 평가 위에서 재단되는 중요한 분기점이 될 것이다.
🕵️ 특검의 주장: 불법 계엄 협조의 정황들
특별검사팀은 박 전 장관의 일련의 행동들을 그가 불법 계엄 선포에 적극적으로 협력했다는 증거로 판단하고 있다. 우선, 계엄 선포 직전 윤석열 전 대통령의 '최측근' 인사 중 하나로 가장 먼저 호출되었다는 점, 그리고 계엄 선포 직후 법무부로 돌아와 간부 회의를 소집했다는 점이 주요한 정황으로 제시되었다. 이 자리에서 박 전 장관이 검찰국에 '합동수사본부 검사 파견'을 검토하라고 지시했다는 의혹은 정권의 계엄 유지 의지에 법무부의 사법 시스템을 동원하려 한 것이라는 심각한 의미를 내포한다. 나아가 계엄 선포 당일 심우정 전 검찰총장과 수차례 통화한 내역은 이러한 지시가 구체적으로 전달되었음을 강력하게 시사한다.
특검팀은 여기서 그치지 않고, 박 전 장관이 법무부 산하 기관에 내린 지시들도 조사했다. 첫째, 출입국본부에 출국 금지팀을 대기시키라고 지시한 혐의이다. 이는 정권에 반하는 주요 인사들의 출국을 막기 위한 사전 준비로 해석될 수 있다. 둘째, 교정본부에 수용 여력을 점검하고 공간을 확보하라고 지시한 혐의도 있다. 이러한 정황들은 특검팀에게 박 전 장관이 단순히 상황을 파악한 것이 아니라, 계엄 선포의 실행에 필요한 실무적 준비를 지휘하며 '내란 중요임무'에 종사했다고 보는 근거가 되었다.
🛡️ 박성재 전 장관의 반박: '통상적인 업무' 주장의 논리
특검의 주장에 대해 박 전 장관 측은 모든 혐의를 정면으로 부인하며, 자신이 수행한 행위는 모두 법무부 장관으로서의 정당한 직무 수행이었다고 항변했다. 그의 주장은 각 의혹에 대해 아래와 같은 논리로 구성된다. 첫째, 검사 파견 지시에 대해서는 계엄 상황에서 합동수사본부 구성이라는 상황에 대비하여 인력 차출의 필요성을 사전에 검토하라는 '원론적인 지시'였을 뿐이라고 설명했다. 이는 실제 파견을 지시한 것이 아닌, 단순한 위기 관리 차원의 논의였다는 것이다.
둘째, 교정본부 수용 여력 점검 지시에 대해서는 계엄 선포 후 예상되는 소요나 폭동 등 사회적 혼란에 대비하여 일반적인 범죄자 수용 공간을 점검하라는 취지였다고 해명했다. 이는 특정 정치인 등을 수감하기 위한 목적이 아니었다는 주장이다. 셋째, 출입국본부 대기 지시에 대해서도 계엄 상황 발생 시 공항에 인파가 몰릴 경우에 대비한 행정적 준비 차원이었다고 반박했다. 박 전 장관은 이러한 모든 지시가 법무부 장관으로서 국가의 안정 유지를 위해 마땅히 취해야 할 행동이었으며, 이는 내란과 무관한 것이라고 주장하고 있다.
🔎 법적 쟁점의 심층 분석: '내란 중요임무 종사'의 의미와 적용
이번 사건의 가장 핵심적인 법적 쟁점은 박 전 장관의 행위가 형법상 '내란 중요임무 종사'에 해당하는가 하는 점이다. 이 혐의가 성립하려면 가해자가 내란의 실행에 필수적인 중요한 임무를 맡았거나 지휘한 사실이 입증되어야 한다. 특검팀은 법무부 장관이라는 고위직의 특수성을 들어 그의 지시들이 모두 내란 계획의 성공을 위한 핵심 역할이었다고 주장할 것이다. 특히 검찰과 교정 시스템을 장악하려는 시도는 내란의 성공 여부를 결정짓는 중요한 절차로 간주될 수 있기 때문이다.
반면 박 전 장관 측은 이러한 해석이 과도하며, 그의 행위는 내란의 실행과는 직접적인 관련이 없는 비상 상황 관리의 일환이었다고 반박할 것이다. 가령, 검사 파견 논의는 군이 전권을 장악하는 것을 견제하고 민간 사법 시스템을 일부라도 유지하기 위한 노력으로 재해석될 수 있다. 또한 수용 시설 점검 지시도 혼란 상황에서 발생할 수 있는 각종 범죄에 대비하는 일반적 조치로 볼 수 있다는 논리다. 결국 이 사건의 결론은 행위의 객관적 정황뿐만 아니라 박 전 장관의 행위 당시 내심의 의도와 계엄 선포 세력과의 명확한 공모 관계 입증 여부에 달려있다고 할 수 있다.
🏁 결론: 진실을 향한 길고 험난한 여정
박성재 전 법무부 장관에 대한 특별검사팀의 수사는 우리 사회가 겪었던 비상계엄 사태의 진실을 규명하는 중요한 과정이다. 특검은 고위 공직자로서 불법적인 계엄을 저지해야 할 책무를 다하지 못했을 뿐 아니라, 적극적인 협조자로 나섰다는 혐의의 그림자를 드러내고 있다. 반면 박 전 장관은 정치적 수사의 희생자임을 주장하며, 모든 행위가 혼란한 국면을 수습하기 위한 합법적 조치였다고 맞서고 있다. 이러한 팽팽한 대립 속에서 진실을 가려내는 것은 오직 법원의 몫이다. 이번 사건은 한 개인의 운명뿐만 아니라 민주주의 국가에서 공직자의 책임과 권한의 경계가 어디까지인지를 다시 한번 고민하게 만드는 중요한 계기가 될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