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별이 지다: 가족 그룹 '작은별가족'의 어머니 주영숙, 향년 93세로 영면
1970년대부터 1980년대에 걸쳐 온 국민의 사랑을 받았던 가족 음악 그룹 '작은별가족'의 '어머니'이자 한국 성악계의 한 축이었던 주영숙 씨가 23일 오전 4시 22분경 향년 93세로 세상을 떠났다는 비보가 전해졌습니다. 평생을 음악과 가족의 울타리 안에서 헌신하며 한국 대중문화사에 특별한 족적을 남긴 고인의 삶과 업적에 대해 추모의 물결이 이어지고 있습니다. 빈소는 용인평온의숲 장례식장 202호실에 마련되었으며, 발인은 25일 오전 7시 30분, 장지는 용인평온의숲입니다.
I. 한국 성악계를 빛낸 소프라노의 삶
고인 주영숙 씨는 1932년 일본 오사카에서 태어났으며, 최고 학부인 서울대학교 성악과를 졸업한 재원입니다. 졸업 후에는 예그린합창단에서 활약하며, 당시 큰 인기를 끌었던 오페라 '로미오와 쥬리엣(줄리엣)' 등 다수의 작품에서 주연 소프라노로서 무대에 섰습니다. 그녀의 빼어난 성악 실력과 무대 경력은 자녀들에게 음악적 유전자를 물려준 뿌리 깊은 예술적 배경이었습니다.
특히, 딸 강애리자 씨는 "어머니가 노래 '꽃중의 꽃'을 원방현 선생님보다 먼저 불렀다"고 전해 고인이 당대 대중음악계에서도 중요한 역할을 했음을 시사했습니다. 실제로 '한국민족문화대백과사전'에 따르면 서일수 작사, 황문평 작곡의 국민가요 공모 당선작인 '꽃중의 꽃'은 1957년에 발표되었으며, 송민도, 원방현 등 당대 최고의 가수들이 유행시킨 곡입니다. 클래식과 대중음악의 경계를 넘나들며 예술혼을 불태웠던 주영숙 씨의 젊은 시절은 한국 음악사의 한 페이지를 장식했습니다.
II. '작은별가족' 탄생과 활동: 영화 같은 가족 그룹
주영숙 씨는 영화감독이자 방송드라마 작가였던 남편 강문수 씨(2022년 작고)와 결혼 후 '작은별 예술학원'을 함께 운영하며 가족의 예술적 터전을 마련했습니다. 1968년에는 아동극단을 창단하여 자녀들을 무대에 세우는 과정에서 그들의 뛰어난 음악적 재능을 확인했습니다.
이러한 재능을 바탕으로 1974년 3월, 남편 강문수 씨가 시나리오와 연출을 맡은 영화 '작은별'을 통해 9인조 가족 음악그룹이 세상에 나왔습니다. 부부와 6남 1녀로 이루어진 이 가족 그룹은 당시 한국판 '사운드 오브 뮤직'과 같은 신선한 충격을 주며 대중의 폭발적인 사랑을 받았습니다. 1976년에는 어린이TV 만화영화 노래 모음 '어린이 왕국' 1, 2집을 발표하며 어린이들의 정서 순화에도 기여했고, 일반 무대에서도 활발하게 활동했습니다. 이 시기에 아버지 강문수 씨는 매니저를, 어머니 주영숙 씨는 의상과 헤어 스타일을 돌보는 코디네이터를 맡아 가족 활동의 숨은 공로자 역할을 했습니다.
이후 그룹은 자녀들로만 구성된 7인조 보컬 그룹 '작은별'로 재편되어 1984년까지 활발하게 활동했습니다. 특히 막내 강인봉은 당시 만화 주제가 '마징가 제트', '우주소년 아톰' 등을 불러 최고 스타로 떠오르며 그룹의 인기를 견인했습니다. 그룹 활동은 1980년대 중반, 몇몇 멤버의 솔로 활동과 강애리자의 결혼 등을 계기로 각자의 길을 걸으면서 막을 내렸습니다.
III. 자녀들이 이어간 음악 유전자와 최근의 추억
주영숙 씨의 음악 유전자는 자녀들에게 고스란히 이어져 한국 대중음악계에서 오랜 기간 빛을 발했습니다. 셋째 아들 강인엽은 1991년 노래 '그리운 어머니'를 발표했는데, 이 곡은 MBC 프로그램 '우정의 무대' 마지막 코너에 사용되면서 장병들이 어머니와 마주하는 감동적인 순간마다 울려 퍼지는 국민적인 애창곡이 되었습니다. 딸 강애리자는 1988년 노래 '분홍립스틱'을 크게 히트시키며 솔로 가수로서의 입지를 확고히 했습니다. 막내 강인봉 역시 '키키', '세발자전거' 등을 거쳐 '자전거 탄 풍경', '나무자전거' 등에서 활동하는 등 한국 포크 음악계의 중요한 인물로 자리매김했습니다.
고인은 치매 투병 중이었던 지난해 9월, MBN 프로그램 '언포게터블 듀엣' 1회에 딸 강애리자와 함께 출연하여 마지막 감동적인 무대를 선보였습니다. 당시 두 모녀는 '천개의 바람이 되어'를 부르며 변치 않는 가족의 사랑과 음악적 교감을 시청자들에게 전달했습니다. 오랜 투병 중에도 딸과 함께 무대에 올라 노래를 불렀던 이 순간은 대중들에게 아름다운 마지막 추억으로 남게 되었습니다.
IV. 영원한 별의 안식과 유족들의 애도
주영숙 씨는 남편 강문수 씨가 작고한 지 3년 만에 영면에 들며, 이제 사랑하는 가족들과 음악의 추억만을 남기게 되었습니다. 유족으로는 6남 1녀(강인호, 강인혁, 강인엽, 강인경, 강인구, 강애리자, 강인봉)가 있으며, 모두 음악을 통해 대중의 사랑을 받았던 이들입니다. 가족 모두가 한마음으로 고인의 마지막 길을 애도하고 있습니다.
한국 대중문화의 한 시대를 풍미했던 가족 음악의 상징이자, 사랑하는 자녀들에게 예술적 영감과 재능을 물려준 어머니 주영숙 씨의 삶은 많은 이들에게 영원히 기억될 것입니다. 고인의 헌신과 사랑으로 만들어진 '작은별가족'의 아름다운 음악은 세월이 흘러도 변치 않는 감동으로 남아 한국인들의 마음속에서 영원히 울려 퍼질 것입니다. 삼가 고인의 명복을 빕니다.